2026. 3. 13. 18:39ㆍ시의 마을
봄 관련 짧은 시 모음 | 나태주 외
말이 많아질수록 마음은 조용해지길 원합니다. 그래서 짧은 시가 필요합니다. 몇 줄 안에 삶의 고단함, 그리움, 계절의 감촉이 들어 있습니다. 짧은 시 모음은 짧지만 깊은 시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긴 설명 없이도 감정을 건드리는 문장들, 오래 기억되는 한 줄. 혼잣말처럼 . 시작된 시가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는 순간, 우리는 알게 됩니다.짧은 시가 주는 위로는 조용하지만 분명하다는 것을요. 짧게 읽고, 길게 남는 시를 모았습니다. 가볍게 스치듯 읽어도 좋고, 오래 머물러도 좋습니다.

짧은 시 모음집
| 시인 | 시 제목 |
| 나태주 | 벚꽃이 훌훌 |
| 수선화 | |
| 한용운 | 벚꽃을 보고 느낌이 있어서 |
| 정호승 | 수선화에게 |
| 조상주 | 그 꽃 얼레지 |
| 임영준 | 4월의 기도 |
| 박인주 | 봄나들이 |
| 윤보영 | 비와 그리움 |
| 원태연 | 비 내리는 날이면 |
| 김달진 | 삶 |
| 김광렬 | 가르침 |
| 이외수 | 한세상 산다는 것 |
| 나해철 | 술꾼 |
| 김소월 | 봄비 |



사랑봄비 / 이영지
가슴 한쪽이 따뜻해지면
그건 봄비가 내 마음 안에
살포시 내려앉았기 때문이죠그대는 모르시죠
그 봄비 속에
내 사랑이 숨어 있다는 걸
봄비처럼 고요하게 마음에 스며드는 사랑의 감정이 느껴집니다. 부드럽고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봄날 / 차성우
봄비 그치니
꽃잎이
다 젖었네.두견이
밤새 울어
꽃잎 다 물들었네.
간결한 표현 속에 봄의 정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젖은 꽃잎과 두견이의 울음이 계절의 깊이를 더합니다.
봄비 / 목필균
통통 살 오른 목련
뽀얗게 속살을 드러낸다으스스 떨리는 기운
소리없이 내리는 비 속에
에취, 에취, 에취
재채기 하다가봄 햇살 가득 담긴
문고리 잡아챈다
봄비 속에 움트는 생명과 계절의 전환이 유쾌하게 그려집니다. 목련꽃의 생생함과 인간의 감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벚꽃이 훌훌 / 나태주
벚꽃이 훌훌 옷을 벗고 있었다
나 오기 기다리다 지쳐서 끝내
그 눈부신 연분홍빛 웨딩드레스 벗어던지고
연 초록빛 새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벚꽃의 짧은 절정과 그리움을 기다리는 마음이 교차합니다. 기다림과 놓침의 순간이 서정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벚꽃을 보고 느낌이 있어서 / 한용운
지난겨울 내린 눈이
꽃과 같더니
이 봄엔 꽃이 되려
눈과 같구나.눈과 꽃 참 아님을
뻔히 알면서
이 마음 왜 이리도
찢어지는지.
눈과 꽃의 대비가 계절을 넘어 감정의 깊이를 이야기합니다. 슬픔과 그리움이 담담하지만 절절하게 전해집니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외로움을 위로하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전해집니다. 혼자라는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줍니다.
수선화 / 나태주
언 땅의 꽃밭을 파다가 문득
수선화 뿌리를 보고 놀란다.
어찌 수선화, 너희에게는 언 땅 속이
고대광실 등 뜨신 안방이었드란 말이냐!
하얗게 살아 서릿발이 엉켜 있는 실뿌리며
붓끝으로 뾰족이 내민 예쁜 촉.
봄을 우리가 만드는 줄 알았더니
역시 우리의 봄은 너희가 만드는 봄이었구나.
우리의 봄은 너희에게서 빌려온 봄이었구나.
생명의 힘이 고요하게 빛나는 순간입니다. 자연 앞에서의 경외감과 생명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습니다.
그 꽃 얼레지 / 조상주
바라보는 이 없는 슬픔
돌아봐 줬으면 하는 갈망
세상엔 홀로 피는 꽃들이 많아남들이 봐주지 않아도
살펴주지 않아도
더욱 진한 향기로 피어나는 꽃제 몸보다 큰 꽃잎을 피우느라
며칠 되지 않아 시들어가는
자수정 빛깔 그 꽃, 얼레지
짧고 소중한 생을 살아가는 이름 없는 존재들의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삶의 겸허한 자세를 돌아보게 합니다.



4월의 기도 / 임영준
부디 단 하루를 살더라도
버림받고 핍박받는 이들을
잊지 않게 하여 주소서삶의 초점을 흐리게 하는
탐욕과 술수에 철퇴를 가해
더는 썩지 않게 하소서쓸쓸하고 나약한 풀꽃들도
종종 그지없는 사랑의 볕뉘를
누리며 안주하게 하소서
공감과 연민을 잊지 않으려는 기도가 담겨 있습니다. 마음의 방향을 매만지고 세상의 빛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봄나들이 / 박인주
한 계절의 끝에서 잉태된 알
시작을 알리는 영롱한 탄생봄!
그 빛만큼 따사롭고 고운 계절에
푸르게 돋아날 희망의 잎새들이여.
봄이라는 계절을 기다리던 설렘과 생명의 탄생이 간결한 언어 속에 담겨 있습니다. 짧지만 충만한 시작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삶 / 김달진
등 뒤의 무한한 어둠의 시간
눈앞의 무한한 어둠의 시간
그 중간의 한 토막
이것이 나의 삶이다
불을 붙이자
무한한 어둠 속에
나의 삶으로 빛을 밝히자
짧고 강렬한 문장들이 삶의 본질을 조명합니다. 어둠 속에서 불을 밝히려는 의지가 고요하게 결기를 드러냅니다.
가르침 / 김광렬
무섭다 나뭇잎들이
저리 소리 없이 지고 있으니
나는 너무나
많은 말들을 주절거리는데
바다 속 같은
연꽃 같은
저 깊은 무언의 가르침
무욕의 눈빛
그게 온통 나를 찔러
파르르
작둣날 위 선 것 같다.
침묵의 위대함, 자연의 가르침이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소란한 말보다 깊은 침묵이 더 큰 울림을 주는 순간입니다.
한세상 산다는 것 / 이외수
한세상 산다는 것도
물에 비친 뜬구름 같도다가슴이 있는 자
부디 그 가슴에
빗장을 채우지 말라살아있을 때는 모름지기
연약한 풀꽃 하나라도
못 견디게 사랑하고 볼 일이다
덧없고 짧은 인생 속에서 사랑하고 느끼는 감정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사람다움이란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술꾼 / 나해철
술잔과 술병이
반짝이는 별들이어서
어떤 밤에는기어코 별빛을 들이키는 술꾼이 되고야 만다
짧은 시지만 시적인 상상력이 눈에 띕니다. 외로운 밤, 술에 기대어 별빛을 마시는 한 사람의 마음이 아름답게 묘사됩니다.
비와 그리움 / 윤보영
비를 따라
가슴에 그리움이 내립니다
우산을 준비할까요
아니면
그대 생각을 준비할까요
비가 내릴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 그리고 마음의 준비. 짧은 시 속에 담긴 그리움의 깊이가 잔잔하게 가슴을 울립니다.
비 내리는 날이면 / 원태연
비 내리는 날이면
그 비가 촉촉히 가슴을 적시는 날이면
이 곳에 내가 있습니다
보고 싶다기보다는
혼자인 것에 익숙해지려고비 내리는 날이면
그 비가
촉촉히 가슴을 적시는 날이면
이곳에서
눈물 없이 울고 있습니다
외로움 속에서도 담담하려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눈물 없이 우는’ 감정의 절제에서 깊은 고독이 전해집니다.



짧은 시 모음(윤보영)
봄비 / 김소월
어룰 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 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봄의 정취와 서정을 가득 머금은 시입니다. 김소월 특유의 섬세하고도 애절한 정서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어룰 없이'라는 표현은 갑작스럽고 준비 없이 맞이하는 이별 혹은 변화의 감정을 강하게 전해 줍니다. 봄비는 단순한 계절의 현상이 아닌, 시인의 내면의 울음이고, 슬픔입니다. 푸릇하게 살아나는 가지와 대비되는 '꽃자리'의 주저앉음은 삶의 무게나 이별의 고통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봄이라는 찰나의 계절, 그 안에 깃든 감정의 진폭이 조용하지만 깊게 다가옵니다.

짧은 시 모음
결론

시를 읽는 일은 곧 멈춰 서는 일입니다. 하루의 틈에서 마주한 짧은 시 한 편이 마음을 환기시켜 줍니다. 삶이 복잡하게 느껴질수록, 단순한 언어의 힘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이 시들이 당신의 하루에 고요한 쉼표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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