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8월의 시모음 – 장마를 씻고 태양을 품은 계절의 언어

2026. 7. 27. 18:16ㆍ시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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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8월의 시모음 – 장마를 씻고 태양을 품은 계절의 언어

오늘은 8월의 시모음을 준비해봤습니다. 뜨거운 태양과 장맛비가 교차하는 팔월(八月)은 시간의 한복판에서 우리를 잠시 멈춰 세웁니다. 초록은 절정을 이루고, 땀 한 방울마저 햇빛에 반짝이며, 바다는 밀려왔다가 쓸쓸히 물러갑니다.

8월의 여름 시모음

시인들은 이 짧고 강렬한 순간을 어떻게 노래했을까요? 이해인 수녀의 맑은 기도부터 오세영 시인의 철학적 사색까지, 우리 마음에 냉온욕을 선사할 ‘8월의 짧은 여름 시모음’를 한자리에 모아 깊이 읽어 봅니다.


8월의 시 – 이해인

시 원문

8월의 시 – 이해인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넣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번 바다에 가고 싶다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온
선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오고 싶다

작가 소개

  • 수녀이자 시인, 197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 ‘희망과 기도’의 언어로 현대인을 위로해 온 대표 서정시인

감상 포인트

  • 해사한 빨래, 포도송이, 바다와 같은 자연 이미지로 ‘삶을 정화하는 8월’을 선언합니다.
  • ‘침묵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바다’는 고요한 성찰의 공간이자 뜨거운 생명의 원천입니다.

8월의 시 모음

8월의 기도 – 이해인

시 원문

8월의 기도 – 이해인

곰팡이 냄새 가득한
우울한 이야기들로
잠이 오지 않던 장마철
단물도 향기도
다 빠져버린 과일처럼
맛이 없던 일상의 시간들을
햇볕에 널어야겠습니다.
​
8월엔 우리 모두
해 아래 가슴이 타는
한 그루 해바라기로 서서
주님을 부르게 하소서.
​
그리움조차 감추어두고
오랜 나날 헤어져 산
남과 북의 한겨레가
같은 땅을 딛고
같은 하늘을 우러르며
하나된 나라에서 살게 하소서
​
절망했던 만큼의 희망을
큰 나무로 키우며
사랑의 삽질을
계속하게 하소서
하나 되기 위한 진통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
용서의 어진 눈빛과
화해의 맑은 마음으로
함께 바라보는 산천이
더욱 아름다운 곳
어머니 나라의 평화
하나 된 겨레의 기쁨
꼭 이루어 내게 하소서.
​
8월엔 우리 모두
기다림에 가슴이 타는
한 그루 해바라기로 서서
주님을 부르노니

감상 포인트

  • 장마의 눅눅함을 햇볕에 털어내듯, 절망을 희망으로 ‘널어 말리는’ 상징이 인상적입니다.
  • 남북 분단과 민족 화해의 기도를 담아 개인적 치유를 넘어선 시대적 울림을 전합니다.

8월의 시 – 蕓香 도지현

시 원문

8월의 시 – 蕓香 도지현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고
쭉 벋은 큰길이 있으면
자드락 길도 있고 에움길도 있더라
​
세상의 일이란
가면 오고, 오면 가야 하는 것
숨차게 달려온 길
잠시 멈춰 쉬어 가는 여유도 있어
​
8월은
힘들게 달려온 세월
잠시 쉬어 가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날씨가 휴식을 주는데
​
인생의 여정에서
잠시 휴식을 가지고 여유롭게 사는 것
그런 맛이 있어
8월은 살 만한 계절이 아닌가 싶다

감상 포인트

  • ‘길’의 메타포로 삶의 곡선과 리듬을 찬찬히 짚습니다.
  • 8월을 ‘하늘이 선물한 휴식’으로 해석하며, 쉼의 가치를 일깨웁니다.

8월의 시 – 오세영

시 원문

8월의 시 – 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 오는 것
​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
8월은 정상에 오르기전
한번쯤은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산을
생각하게 하는 달이다.

감상 포인트

  • ‘정상에 오르기 전, 단풍을 예견하는 달’이라는 문장이 계절의 순환 구조를 생생히 드러냅니다.
  • 가는 것과 오는 것, 피는 꽃과 지는 꽃이 만나듯 인생의 이중성을 성찰합니다.

8월의 바다 – 이채

시 원문

8월의 바다 – 이채

8월의 바다
그 바다에서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만나고
그리고 헤어졌을까
​
넘실대는 파도에 하얗게 이는 물보라
그 물보라에
얼마나 많은 사랑이 밀려오고
그리고 쓸려 갔을까
​
그래서
겨울바다는 늘 쓸쓸한가 보다
8월의 바다 그 바다 저편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숲으로 떠 있는 외로운 섬 하나
​
하얀 갈매기 날고
구름도 쉬어가는 그곳
그곳에 혹시
보고픈 연인이라도 머물고 있지나 않을까
​
그래서
그 섬은 늘 그리운가 보다

감상 포인트

  • 넘실대는 파도와 물보라는 ‘사랑의 도래와 퇴장’을 상징합니다.
  • 겨울바다의 쓸쓸함, 외로운 섬, 갈매기와 구름의 이미지로 여름 이후에 다가올 공허를 예고합니다.

팔월 폭포수 – 심의윤

시 원문

팔월 폭포수 – 심의윤

돌과 돌 사이 맑은 물
회용 돌이 치더니
콸콸 틈 사이로 내려서면
걸쳐진 것 벗어던지고
선녀탕 꽁지만 남기고 들어간다
​
​돌과 돌 사이 맑은 물
회용 돌이 치더니
콸콸 틈 사이로 내려서면
걸쳐진 것 벗어던지고
선녀탕 꽁지만 남기고 들어간다
​
大暑 태양은
나뭇잎 사이 파고들어 오려고
붉은 초점 빛을 쏘아 보지만
청색 잎 포장을 덮어쓴
바위 속 선녀탕에 얼씬 못하고
​
폭포수 아래서
흰머리 휘날리며 가부좌 자리 잡고
눈 감으면 들리는 것은 자장가
장단뿐이며
모든 것을 버리고 침묵에 든다
​
삼복중에 걸어놓은
大暑가 한 발 두 발 갈 길을 떠나고
그늘에 펼쳐놓은 풍성한
음료수 맛이
떨어지는 폭포수에 한시름 잊는다

감상 포인트

  • 폭포 아래 선녀탕 이미지는 ‘삼복더위 속 청량한 탈피’를 의인화합니다.
  • 자연과 인간, 열기와 냉기가 교차하며 여름의 정점과 하강을 동시에 묘사합니다.

8월의 초상 – 임영준

시 원문

8월의 초상 – 임영준

야금야금 베어 먹어도
살금살금 기어다녀도
청춘은 간다
​
넘실 거리는 바다
흐르는 살별을 따라
영그는 섬
​
다시 한번
익을 만큼 익었으니
기다림의 선을 그어 가리라

감상 포인트

  • ‘청춘이 줄어든다’는 한숨과 ‘기다림의 선’이라는 다짐이 교차합니다.
  • 8월을 ‘익을 만큼 익은 시기’로 정의하며 성숙과 상실을 동시 포착합니다.

8월의 편지 – 천준집

시 원문

8월의 편지 – 천준집

8월엔 당신께 편지를
적겠습니다
뜨거운 태양만큼 내 마음의
열정을 모두 담아 당신께
보내 우리다
​
혹여
가슴으로 쓴 편지가 눈물에 젖는다
하더라도
시원한 파도 소리와
계곡의 물소리
종달새 울음소리도 함께
담겠습니다
​
등나무 그늘에 솔바람은
끈적한 살갗에 스치 우고
땡볕에 울어주는 매미 소리가
한 가닥 위안이 되는 8월
그 8월에 당신께 편지를
적겠습니다

감상 포인트

  • 태양·파도·계곡·매미 소리 등 여름 청각·시각 이미지를 한데 엮어 ‘감각 편지’를 완성합니다.
  • ‘편지’라는 아날로그 매체가 주는 진심의 무게가 묵직합니다.

8월 마중 – 윤보영

시 원문

8월 마중 – 윤보영

해 돋는 언덕으로
곧 만날 8월을 마중 와 있습니다.
​
무성한 풀잎 냄새보다도
낙엽 느낌이 더 진한 걸 보니
8월이 가까이 와 있나 봅니다.
​
8월에는
아름다운 시간으로 채우겠습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도 듣고
그동안 만나지 못한
그리운 사람도 만나겠습니다.
​
느낌 좋은 9월이
미소로 걸어올 수 있게
행복한 마음으로 보내겠습니다.
​
8월을 마중 나온 내 안에
절로 미소가 이는 걸 보니
떠날 준비 중인 7월도 만족했나 봅니다.
​
애썼다.
내 친구 7월!
사랑한다.
행복한 선물 8월!

감상 포인트

  • 7월과 9월을 의인화해 계절 인수인계의 드라마를 연출합니다.
  • ‘무성한 풀냄새보다 낙엽 느낌이 진하다’는 표현이 가을을 향한 예지적 감수성을 드러냅니다.

8월의 선물 – 윤보영

시 원문

8월의 선물 – 윤보영

8월은
내가 나에게 휴식을 선물하는
의미 있는 달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새해를 열면서 다짐했던 것을
실천하고 있는 나에게
선물을 주는 8월
​
그 선물속에는
가족과 친구가 있고
함께 지낸 사람들의
고마움도 담겨 있겠지요
​
시간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또 다른 한 해를 향한 남은 시간도
더 빠르게 지나가겠지요
​
8월에 받은 선물이
가을과 겨울로 이어져서
행복이 될 수 있게
꿈이 담겼으면 좋겠습니다.
​
그 8월을 나에게 선물하겠습니다.
사랑을 선물 받겠습니다.

감상 포인트

  • ‘자기 보상’과 ‘감사의 선물’이라는 키워드로 8월을 재정의합니다.
  • 시간의 흐름을 긍정적 동력으로 삼는 자기 응원이 돋보입니다.

8월처럼 살고 싶다네 – 고은영

시 원문

8월처럼 살고 싶다네 – 고은영

친구여,
메마른 인생에 우울한 사랑도
별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가는 길목
화염 같은 더위 속에 약동하는 푸른 생명체들
나는 초록의 숲을 응시한다네
​
세상은 온통 초록
이름도 없는 모든 것들이
한껏 푸른 수풀을 이루고
환희에 젖어 떨리는 가슴으로 8월의 정수리에
여름은 생명의 파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네
무성한 초록의 파고
영산홍 줄지어 피었다.
​
친구여,
나의 운명이 거지발싸게 같아도
지금은 살고 싶다네
허무를 지향하는 시간도
8월엔
사심없는 꿈으로 피어 행복하나니
저 하늘과 땡볕에 울어 젖히는 매미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 속에 나의 명패는
8월의 초록에서 한없이 펄럭인다네
​
사랑이 내게 상처가 되어
견고하게 닫아 건 가슴이 절로 풀리고
8월의 신록에 나는 값없이 누리는
순수와 더불어
잔잔한 위안을 얻나니
희망의 울창한 노래들은 거덜 난 청춘에
어떤 고통이나 아픔의 사유도
새로운 수혈로 희망을 써 내리고 의미를 더하나니
​
친구여,
나는 오직 8월처럼 살고 싶다네.

감상 포인트

  • 초록의 신록과 매미 소리, 뜨거운 태양을 ‘희망의 수혈’로 전환합니다.
  • ‘거지발싸게 같은 운명’조차 8월에선 꿈으로 피어난다는 역설적 해방감이 인상적입니다.

여름 8월 시 읽기 가이드

8월의 이미지 지도

  • 태양·땀·초록: 에너지와 순환의 원초적 상징
  • 바다·파도·섬: 만남과 이별, 고독의 음영
  • 휴식·편지·기도: 자아 성찰과 관계 회복
  • 매미·폭포·해바라기: 청각적 고조와 시각적 찬란함

감상 팁

  1. 소리로 느끼기 – 시마다 반복되는 리듬을 낭독해 보세요.
  2. 비주얼 메모 – 핵심 이미지를 스케치하거나 색깔로 표시하면 계절 감각이 또렷해집니다.
  3. 나만의 문장 수집 – 마음을 건드리는 한 줄을 일상 노트·다이어리에 기록해 두세요.

결론 – 팔월은 쉼과 성숙을 부르는 초록의 기도

장마 뒤 맑게 갠 하늘, 숨 막히는 매미 울음, 이따금 불어오는 계곡 바람이 교차하는 8월은 삶의 한복판에서 우리에게 ‘잠시 쉬어 가라’고 속삭입니다. 시인들은 이 시간을 별빛보다 선명한 언어로 기록해 두었고, 우리는 그 문장을 읽으며 뜨거운 계절을 온전히 통과할 용기를 얻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오늘, 시 한 편으로 팔월의 태양과 바람을 맞아 보세요. 그리고 흘러가는 땀 한 방울이 노래가 되도록, 당신만의 여름을 단단히 살아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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