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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마을

모른 체 그런 채 간다

by LABOR 수달김수달 2024. 9. 23.

목차

    모른 체 그런 채 간다 - 아은 시인 시

    모른 체 그런 채 간다 -아은시인-

    알 거야, 그만큼 만났으면 이 정도는 알 거야,
    입술은 말고라도
    눈빛은 파르라니
    다가올 거야 다가설 거야,
    빨강 노랑 그 사이 눈빛을 마다하고
    그새
    초록이 휘익 손을 잡아끌고 간다
    어어
    아직 눈도 못 맞췄는데
    아니야 눈길을 돌렸겠지
    저 고개 너머 거기 어떡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눈결에 뭉게구름 두둥실
    기적소리 마음 파고들고
    그래도 푸근하다
    웃음소리가 아까시 꽃망울 맺듯 달려든다-- 증재

    아은 시인의 시 '모른 체 그런 채 간다'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순간들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시는 인생의 짧은 순간들이 어떻게 놓치고 스쳐가는지, 그 사이에 담긴 감정의 깊이를 짧은 구절 속에서 풀어냅니다. 이 시는 감정의 교차, 망설임, 그리고 놓치는 순간을 섬세하게 다루며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시의 첫 구절 "알 거야, 그만큼 만났으면 이 정도는 알 거야"는 친숙함 속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관계를 표현합니다. 오랜 시간 만남을 거듭한 사람이라면 이제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알 거야'는 단순한 정보의 인식이 아닌, 마음 속 깊이 자리한 감정과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어지는 "입술은 말고라도 눈빛은 파르라니 다가올 거야 다가설 거야"는 직접적인 말보다도 비언어적인 신호, 특히 눈빛을 통해 상대와의 교감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는 어떤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아무리 가까워지려 해도 아직 완전한 소통이나 이해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를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에서는 인간관계에서의 복잡함과 상호 이해의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빨강 노랑 그 사이 눈빛을 마다하고 그새 초록이 휘익 손을 잡아끌고 간다"에서 시인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하는 감정의 색깔을 시각적으로 묘사합니다. 빨강과 노랑은 강렬한 감정을 상징하며, 이들이 지나간 후 초록이라는 안정과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색이 등장합니다. 이 장면은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감정의 변화가 어떻게 순식간에 이루어지는지를 표현하며, 그 변화에 따라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이끌리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어어 아직 눈도 못 맞췄는데"는 중요한 순간을 놓친 듯한 아쉬움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종종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준비하지 못한 채 맞이하거나, 혹은 그 순간들이 지나가 버린 후에야 그 중요성을 깨닫곤 합니다. 이 대목에서는 그 순간이 지나가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아니야 눈길을 돌렸겠지"는 그 순간을 스스로 회피했을지도 모른다는 반성적 고찰을 덧붙입니다.

    시의 후반부로 가면서, "저 고개 너머 거기 어떡해 어떻게 알 수 있을까"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표현합니다. 우리는 눈앞에 있는 것조차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멀리 있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은 시인이 느끼는 인간 본연의 한계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재의 불확실성을 떠올리게 합니다.

    "눈결에 뭉게구름 두둥실 기적소리 마음 파고들고 그래도 푸근하다"는 감정의 전환을 보여줍니다. 불확실함과 아쉬움 속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기적 같은 순간들이 우리 마음 속에 따스함을 남긴다는 의미입니다. 뭉게구름과 기적소리 같은 자연적이고 일상적인 요소들이 우리의 마음에 위안을 주고, 그 속에서 편안함을 찾는 시인의 감정이 잘 드러납니다.

    마지막으로 "웃음소리가 아까시 꽃망울 맺듯 달려든다"는 희망과 따스함을 상징합니다. 비록 눈앞에 다가온 순간들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잡아채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음소리와 같은 작은 기쁨이 우리를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아까시 꽃망울은 작고 소소하지만, 그 속에는 생명의 힘이 담겨 있는 것처럼, 인생 속 작은 순간들에도 의미가 있음을 시인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전반적으로 감정의 흐름과 순간의 지나감을 통해 우리의 삶과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놓치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희망을 동시에 그려냅니다. 우리가 무엇을 알 수 있고, 또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에 대한 고찰이 짙게 묻어나는 작품입니다. 결국 시는 인간의 한계와 그 안에서 찾아내는 작은 위로를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독자들에게 공감과 생각의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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