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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마을

박노해 시인의 시 "관상휴가"

by LABOR 수달김수달 2024. 7. 4.

목차

    박노해 시인의 시 "관상휴가" 감상평

    박노해 시인 ‘관상觀想 휴가’

    장마 전에 난 정말 바쁘다
    감자알을 캐고 블루베리를 따고
    오이를 따 소금에 절이고
    별목련과 팥배나무를 캐다 심고
    정원의 꽃나무들 가지치기를 하고
    수로를 파 물길을 내주고 나면
    나의 7월은 끝, 휴가다

    나의 여름휴가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관상觀想 휴가
    문 앞에 “묵언 중입니다. 방문 사절. 미안.”
    팻말을 내걸고 전화기도 뉴스도 끊고
    테라스에 집필 책상과 의자를 치우고
    낮고 편안한 의자를 놓고 기대앉아
    묵연히 앞산을 바라보다 구름을 바라보다
    아침 안개가 피어오르는 걸 지켜보고
    불볕에 이글거리는 들녘을 바라보다가

    느닷없는 천둥번개와 빗금 쳐 쏟아지는
    빗줄기에 한순간 세계가 변하는
    서늘한 기운에 잠깐 우수수 하다가
    겹겹진 구름 사이로 태양빛이 쏟아지며
    커다란 무지개가 갈라진 세계를 잇는 듯한
    장관을 눈 가늘게 뜨고 바라보다가
    다시 한여름의 정적이 오고
    총총한 별들과 반딧불이의 춤 속에
    죽음보다 깊은 잠이 들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쓰지 않고
    눈앞의 풍경과 눈 감은 세계와
    두 세상 사이의 유랑 길에서
    분주한 세상의 한가운데서
    나의 상념과 감정과 고해와 내면을
    오롯이 지켜보는 깊고 치열한 쉼

    내 여름 관상 휴가 끝
    자아, 무엇이 시작될까
    무엇이 나를 찾아올까

    박노해 시인의 "너의 하늘을 보아" 중에서

    박노해 시인의 시 "관상휴가"는 현대인의 바쁜 일상 속에서 휴가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 자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얻는 깊은 치유와 성찰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시는 여름 휴가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관상觀想 휴가'라는 독특한 개념을 제시합니다.

    관상휴가의 배경과 의미

    시의 초반부는 장마 전에 바쁜 일상과 농작물을 돌보는 시인의 모습을 그립니다. 감자와 블루베리를 수확하고, 오이를 소금에 절이고, 정원의 꽃나무 가지치기와 물길을 내는 일까지,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은 분주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상을 마친 후 시인은 '관상 휴가'를 선언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휴가와는 달리, 떠나지 않고 집에서, 특히 자연 속에서 자신을 관조하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관상휴가의 구체적 모습

    시인은 문 앞에 '묵언 중입니다. 방문 사절. 미안.'이라는 팻말을 걸고, 전화기와 뉴스도 끊고, 테라스에 집필 책상과 의자를 치운 후 낮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 묵연히 앞산과 구름, 아침 안개, 불볕에 이글거리는 들녘을 바라봅니다. 이 과정에서 시인은 자연의 변화무쌍한 모습에 동화되며, 느닷없는 천둥번개와 빗줄기에 변하는 세계, 겹겹이 쌓인 구름 사이로 비치는 태양빛과 커다란 무지개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습니다.

    시인의 내면 성찰

    박노해 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쓰지 않으며, 눈앞의 풍경과 눈 감은 세계, 두 세상 사이의 유랑 길에서 자신의 상념과 감정, 고해와 내면을 깊고 치열하게 지켜보는 시간을 보냅니다. 이는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라, 바쁜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치열한 쉼을 통해 시인은 새로운 시작과 자신을 찾아오는 무언가를 기대하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결론

    "관상휴가"는 현대인이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줍니다. 박노해 시인의 깊이 있는 성찰과 자연과의 조화로운 모습은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이 시는 단순한 휴가의 개념을 넘어, 진정한 휴식과 성찰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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