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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마을

여름 8월의 시모음

by LABOR 수달김수달 2025.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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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8월의 시모음

여름의 한가운데인 8월은 태양이 내리쬐는 뜨거운 계절이자, 무르익은 자연의 생명력과 인간 감성이 절정을 이루는 시간입니다. 무더위 속에서도 짙은 녹음을 자랑하는 나무들, 파도에 부서지는 물보라, 강가에 울려 퍼지는 매미 소리 등 8월은 다채로운 풍경과 감각을 전해주지요.

이 글에서는 한국 현대 시인들이 전하는 8월의 풍경과 감성을 고스란히 담은 짧은 시 열 편을 '여름 8월의 시모음'로 모아 보았습니다. 각 '여름 8월의 시모음'의 시는 저마다의 시선으로 8월을 노래하며, 우리 내면의 뜨거운 정서와도 마주하게 해 줄 것입니다.

여름 8월의 시모음 목록

  • 8월의 시 - 이해인
  • 8월의 기도 - 이해인
  • 8월의 시 - 蕓香(도지현)
  • 8월의 시 - 오세영
  • 8월의 바다 - 이채
  • 팔월 폭포수 - 심의윤
  • 8월의 초상 - 임영준
  • 8월의 편지 - 천준집
  • 8월 마중 - 윤보영
  • 8월의 선물 - 윤보영
  • 8월처럼 살고 싶다네 - 고은영

8월의 시모음

8월의 시 - 이해인

8월의 시 – 이해인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넣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번 바다에 가고 싶다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온
선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오고 싶다

8월의 기도 - 이해인

8월의 기도 – 이해인

곰팡이 냄새 가득한
우울한 이야기들로
잠이 오지 않던 장마철
단물도 향기도
다 빠져버린 과일처럼
맛이 없던 일상의 시간들을
햇볕에 널어야겠습니다.

8월엔 우리 모두
해 아래 가슴이 타는
한 그루 해바라기로 서서
주님을 부르게 하소서.

그리움조차 감추어두고
오랜 나날 헤어져 산
남과 북의 한겨레가
같은 땅을 딛고
같은 하늘을 우러르며
하나된 나라에서 살게 하소서

절망했던 만큼의 희망을
큰 나무로 키우며
사랑의 삽질을
계속하게 하소서
하나 되기 위한 진통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용서의 어진 눈빛과
화해의 맑은 마음으로
함께 바라보는 산천이
더욱 아름다운 곳
어머니 나라의 평화
하나 된 겨레의 기쁨
꼭 이루어 내게 하소서.

8월엔 우리 모두
기다림에 가슴이 타는
한 그루 해바라기로 서서
주님을 부르노니

8월의 시 - 蕓香(도지현)

8월의 시 – 蕓香 도지현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고
쭉 벋은 큰길이 있으면
자드락 길도 있고 에움길도 있더라

세상의 일이란
가면 오고, 오면 가야 하는 것
숨차게 달려온 길
잠시 멈춰 쉬어 가는 여유도 있어

8월은
힘들게 달려온 세월
잠시 쉬어 가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날씨가 휴식을 주는데

인생의 여정에서
잠시 휴식을 가지고 여유롭게 사는 것
그런 맛이 있어
8월은 살 만한 계절이 아닌가 싶다

8월의 시 - 오세영

8월의 시 – 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전
한번쯤은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산을
생각하게 하는 달이다.

8월의 바다 - 이채

8월의 바다 – 이채

8월의 바다
그 바다에서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만나고
그리고 헤어졌을까

넘실대는 파도에 하얗게 이는 물보라
그 물보라에
얼마나 많은 사랑이 밀려오고
그리고 쓸려 갔을까

그래서
겨울바다는 늘 쓸쓸한가 보다
8월의 바다 그 바다 저편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숲으로 떠 있는 외로운 섬 하나

하얀 갈매기 날고
구름도 쉬어가는 그곳
그곳에 혹시
보고픈 연인이라도 머물고 있지나 않을까

그래서
그 섬은 늘 그리운가 보다

팔월 폭포수 - 심의윤

팔월 폭포수 – 심의윤

돌과 돌 사이 맑은 물
회용 돌이 치더니
콸콸 틈 사이로 내려서면
걸쳐진 것 벗어던지고
선녀탕 꽁지만 남기고 들어간다

​돌과 돌 사이 맑은 물
회용 돌이 치더니
콸콸 틈 사이로 내려서면
걸쳐진 것 벗어던지고
선녀탕 꽁지만 남기고 들어간다

大暑 태양은
나뭇잎 사이 파고들어 오려고
붉은 초점 빛을 쏘아 보지만
청색 잎 포장을 덮어쓴
바위 속 선녀탕에 얼씬 못하고

폭포수 아래서
흰머리 휘날리며 가부좌 자리 잡고
눈 감으면 들리는 것은 자장가
장단뿐이며
모든 것을 버리고 침묵에 든다

삼복중에 걸어놓은
大暑가 한 발 두 발 갈 길을 떠나고
그늘에 펼쳐놓은 풍성한
음료수 맛이
떨어지는 폭포수에 한시름 잊는다

8월의 초상 - 임영준

8월의 초상 – 임영준

야금야금 베어 먹어도
살금살금 기어다녀도
청춘은 간다

넘실 거리는 바다
흐르는 살별을 따라
영그는 섬

다시 한번
익을 만큼 익었으니
기다림의 선을 그어 가리라

8월의 편지 - 천준집

8월의 편지 – 천준집

8월엔 당신께 편지를
적겠습니다
뜨거운 태양만큼 내 마음의
열정을 모두 담아 당신께
보내 우리다

혹여
가슴으로 쓴 편지가 눈물에 젖는다
하더라도
시원한 파도 소리와
계곡의 물소리
종달새 울음소리도 함께
담겠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솔바람은
끈적한 살갗에 스치 우고
땡볕에 울어주는 매미 소리가
한 가닥 위안이 되는 8월
그 8월에 당신께 편지를
적겠습니다

8월 마중 - 윤보영

8월 마중 – 윤보영

해 돋는 언덕으로
곧 만날 8월을 마중 와 있습니다.

무성한 풀잎 냄새보다도
낙엽 느낌이 더 진한 걸 보니
8월이 가까이 와 있나 봅니다.

8월에는
아름다운 시간으로 채우겠습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도 듣고
그동안 만나지 못한
그리운 사람도 만나겠습니다.

느낌 좋은 9월이
미소로 걸어올 수 있게
행복한 마음으로 보내겠습니다.

8월을 마중 나온 내 안에
절로 미소가 이는 걸 보니
떠날 준비 중인 7월도 만족했나 봅니다.

애썼다.
내 친구 7월!
사랑한다.
행복한 선물 8월!

8월의 선물 - 윤보영

8월의 선물 – 윤보영

8월은
내가 나에게 휴식을 선물하는
의미 있는 달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를 열면서 다짐했던 것을
실천하고 있는 나에게
선물을 주는 8월

그 선물속에는
가족과 친구가 있고
함께 지낸 사람들의
고마움도 담겨 있겠지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또 다른 한 해를 향한 남은 시간도
더 빠르게 지나가겠지요

8월에 받은 선물이
가을과 겨울로 이어져서
행복이 될 수 있게
꿈이 담겼으면 좋겠습니다.

그 8월을 나에게 선물하겠습니다.
사랑을 선물 받겠습니다.

8월처럼 살고 싶다네 - 고은영

8월처럼 살고 싶다네 – 고은영

친구여,
메마른 인생에 우울한 사랑도
별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가는 길목
화염 같은 더위 속에 약동하는 푸른 생명체들
나는 초록의 숲을 응시한다네

세상은 온통 초록
이름도 없는 모든 것들이
한껏 푸른 수풀을 이루고
환희에 젖어 떨리는 가슴으로 8월의 정수리에
여름은 생명의 파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네
무성한 초록의 파고
영산홍 줄지어 피었다.

친구여,
나의 운명이 거지발싸게 같아도
지금은 살고 싶다네
허무를 지향하는 시간도
8월엔
사심없는 꿈으로 피어 행복하나니
저 하늘과 땡볕에 울어 젖히는 매미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 속에 나의 명패는
8월의 초록에서 한없이 펄럭인다네

사랑이 내게 상처가 되어
견고하게 닫아 건 가슴이 절로 풀리고
8월의 신록에 나는 값없이 누리는
순수와 더불어
잔잔한 위안을 얻나니
희망의 울창한 노래들은 거덜 난 청춘에
어떤 고통이나 아픔의 사유도
새로운 수혈로 희망을 써 내리고 의미를 더하나니

친구여,
나는 오직 8월처럼 살고 싶다네.

결론

이처럼 한국 현대 시인들은 각기 다른 시선으로 8월의 풍경과 감정을 포착해 냈습니다. 햇볕과 바다, 폭포, 숲, 그리고 인간의 내면이 어우러져 뜨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잔잔한 생명력으로 가득한 계절이 바로 8월입니다. 소개한 시들을 통해 여러분도 한여름의 열기와 서정, 휴식과 희망을 동시에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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