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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마을

이별 시모음 –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 짧은 이별 시

by LABOR 수달김수달 2025.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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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시모음 –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 짧은 이별 시

이별의 아픔을 담은 짧은 시 10선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은 삶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가장 깊고도 묵직한 경험입니다. 이별의 순간을 온전히 담아낸 짧은 시들은 간결한 언어로도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주며, 읽는 이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해줍니다. 아래에 소개하는 이별 시모음의 시는 각기 다른 시인의 목소리로 이별의 다양한 감정과 순간을 포착합니다.

이별 시모음
이별 시모음

시인의 언어를 따라가다 보면, 가슴 한편이 시리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시인 프로필

  • 이시영 (1949- )
    • 직업: 시인
    • 대표 작품: 『마음에게』 외 다수
  • 김정환 (1954- )
    • 직업: 시인
    • 대표 작품: 『이별』 등
  • 기형도 (1960-1989)
    • 직업: 시인
    • 대표 작품: 『빈집』, 『붉은 달』
  • 윤수천 (1942- )
    • 직업: 시인
    • 대표 작품: 『아름다운 이별』
  • 이재무 (1958- )
    • 직업: 시인
    • 대표 작품: 『이별』
  • 김현승 (1913-1975)
    • 직업: 시인
    • 대표 작품: 『이별(離別)에게』
  • 이형기 (1933-2005)
    • 직업: 시인
    • 대표 작품: 『낙화』
  • 최옥 (- )
    • 직업: 시인
    • 대표 작품: 『그대는 들으소서』
  • 조병화 (1921-2003)
    • 직업: 시인
    • 대표 작품: 『나도 그랬듯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 짧은 이별 시 모음

마음에게 (이시영)

신록이여,
죽은 마음에 움트는 강철의 새 잎이여
나는 이제 어떤 이별도 껴안을 수 있다
저렇게 많은 사랑들이, 저렇게 많은 아픔들이
자기와의 투쟁을 통과하여 이제 막 연록 햇빛 속으로 걸어나온 사람들이라니

이시영 시인의 『마음에게』는 이별 후에 찾아오는 성장을 ‘강철의 새 잎’으로 표현했습니다. 죽은 듯 보였던 마음이 다시 살아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모습이 진솔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이별을 단순한 상실이 아닌 성찰과 재생의 기회로 바라보게 하는 시입니다.

사랑법 2 (작자 미상)

누군가 말했지
헤어져 있을 때 더 많은 축복이 있다고
함께 있을 때 내 님 오직 하나더니
헤어진 지금 온 세상 님으로 가득

작자 미상의 이 짧은 시는 이별이 가져다주는 역설적인 축복을 노래합니다. 함께할 때보다 떨어져 있을 때 더 크게 느껴지는 그리움과 사랑의 가치를 압축적으로 전달합니다.

이별 (김정환)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멀리서부터 여기까지 내 마음
궂은 비 내린다 아 이별이
온통 적셔지고 아스팔트 하얗게
일어서는 종착역

김정환 시인은 이별의 쓸쓸함을 ‘종착역’에 내리는 비와 연결지어 묘사합니다. 끝없이 내리는 비가 온 마음을 적시듯, 이별의 순간이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깁니다.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기형도의 『빈집』은 사랑을 잃은 후의 공허함을 ‘빈 집’에 빗댔습니다. 시인은 과거의 모든 순간과 감정들을 하나씩 작별 인사하며 스스로를 외롭게 만드는 공간에 가둡니다.

아름다운 이별 (윤수천)

우리는 헤어지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오래 빛날 수 있다.

저 높은 곳의 별처럼
멀리 떨어져 있음으로써
더욱 확실할 수 있다.

누가 이별을 눈물이라 했는가
아픔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빛날 수도 없다
아픔이 크면 클수록 더욱 빛나는
이별은 인생의 보석이다.

헤어짐을 서러워하지 말라
이별은 초라하고 가난한 인생에
소중하고 눈부신 보석을 붙이는 일

윤수천 시인은 이별을 ‘인생의 보석’으로 표현합니다. 이별의 아픔이 곧 사랑의 깊이를 증명하며, 그 고통조차 아름다움으로 승화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별 (이재무)

마음 비우는 일처럼
어려운 일도 없습니다
그리움 깊어갈수록
당신 괴롭혔던 날들의 추억
사금파리로 가슴 긁어댑니다
온전히, 사랑의 샘물
길어오지 못해온 내가
이웃의 눈물
함부로 닦아준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요
가슴 무덤에 생뗏장 입히시고
가신 당신은
어느 곳에 환한 꽃으로 피어
누구의 눈길 묶어두시나요
마음 비우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당신은 내 곁에 없었습니다
아픈 교훈만
내 가슴 무덤풀로 자랐습니다

이재무 시인은 이별의 ‘마음 비우기’ 과정을 강조합니다. 비울수록 더 깊어지는 그리움 속에서, 결국 사랑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는 깨달음을 담고 있습니다.

이별(離別)에게 (김현승)

지우심으로
지우심으로
그 얼굴 아로새겨 놓으실 줄이야

흩으심으로
꽃잎처럼 우리 흩으심으로
열매 맺게 하실 줄이야

비우심으로
비우심으로
비인 도가니 나의 마음을 울리실 줄이야

사라져
오오,
永遠을 세우실 줄이야

어둠 속에
어둠 속에
寶石들의 光彩를 길이 담아 두시는
밤과 같은 당신은, 오오, 누구이오니까!

김현승 시인의 이 시는 ‘지움, 흩음, 비움’을 반복하여 이별의 여러 단계를 성찰합니다. 마지막에 ‘영원을 세운다’는 역설적인 반전이 인상적입니다.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는 이별을 ‘낙화’에 비유합니다. 격정을 견딘 사랑이 마침내 떨어지는 순간조차도 축복의 빛을 띤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대는 들으소서 (최옥)

하루에도 몇 번씩
눈감는 소리
그 깊은 속눈썹의 떨림을
그대는 들으소서

어둠 속에 눈물 한 방울
툭, 떨어지는 소리
그대 들으소서

그대를 생각할 때면
혼자 흔들리던 그네처럼
내 마음, 허공 속에
흔들립니다

나의 태양, 나의 태양이여
이제는 돌아서야만 할 시간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은
그대 잠시 돌아보던
노을 속에 적었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점점 밝아지던 눈빛
그대만의 별을 찾아 헤매던
내 눈빛의 서러움
그대는 들으소서

이 세상 어느 곳에 있든지
그대는 들으소서... 들으소서...

최옥 시인은 이별의 순간을 오롯이 ‘소리’와 ‘음표’처럼 세세하게 묘사합니다. 눈물 한 방울, 속눈썹의 떨림까지 그대에게 들려달라 청하는 간절함이 돋보입니다.

나도 그랬듯이 (조병화)

머지 않아 그 날이 오려니
먼저 한마디 하는 말이
세상만사 그저 가는 바람이려니,
그렇게 생각해 다오
내가 그랬듯이

실로 머지 않아 너와 내가 그렇게
작별을 할 것이려니
너도 나도 그저 한세상 바람에 불려가는
뜬구름이려니, 그렇게 생각을 해다오
내가 그랬듯이

순간만이라도 얼마나 고마웠던가
그 많은 아름답고 슬펐던 말들을 어찌 잊으리
그 많은 뜨겁고도 쓸쓸하던 가슴들을 어찌 잊으리
아, 그 많은 행복하면서도 외로웠던 날들을 어찌 잊으리

허나, 머지 않아 이별을 할 그날이 오려니
그저 세상만사 들꽃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생각을 해 다오

행복하고도 쓸쓸하던 이 세상을
내가 그렇게 했듯이

조병화 시인은 이별을 지나가는 ‘바람’에 비유하며, 모든 것은 흘러가는 것임을 담담히 전합니다. 떠남과 이별이 ‘일시적인 바람’처럼 느껴지도록 하는 서정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시가 가장 가슴에 와 닿으셨나요? 이별의 순간마다 우리는 각기 다른 언어로 상실을 노래합니다. 시인의 목소리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다시 나아갈 용기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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