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의 마을

비오는 날 시 모음, 비에 관한 시 모음 - 비가 오면 - 이상희, 비 그치고 - 류시화 외

by LABOR 수달김수달 2024. 7. 29.

목차

    비 오는 날 시 모음, 비에 관한 시 모음 - 비가 오면 - 이상희, 비 그치고 - 류시화 외

    비가 내리는 날, 우리의 마음은 더없이 감성적이게 됩니다.

    창 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우리는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비가 오면 - 이상희

    비가 오면
    온몸을 흔드는 나무가 있고
    아, 아, 소리치는 나무가 있고

    이파리마다
    빗방울을 퉁기는 나무가 있고
    다른 나무가 퉁긴 빗방울에
    비로소 젖는 나무가 있고

    비가 오면
    매처럼 맞는 나무가 있고
    죄를 씻는 나무가 있고

    그저 우산으로 가리고 마는
    사람이 있고…

    비 그치고 - 류시화

    비 그치고
    나는 당신 앞에 선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내 전 생애를 푸르게, 푸르게
    흔들고 싶다

    푸르름이 아주 깊어졌을 때쯤이면
    이 세상 모든 새들을 불러
    함께 지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봄비 속을 걷다 - 류시화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죽은 라일락 뿌리를 일깨우고
    죽은 자는 더 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봄비 속을 걷다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 산과
    언덕들
    집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의 뿔들
    구름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여러 해만에 평온을 되찾다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 용혜원

    내 마음을 통째로
    그리움에 빠뜨려 버리는
    궂은비가 하루종일 내리고 있습니다.

    굵은 빗방울이
    창을 두드리고 부딪치니
    외로워지는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면
    그리움마저 애잔하게
    빗물과 함께 흘러내려
    나만 홀로 외롭게 남아 있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로
    모든 것들이 젖고 있는데
    내 마음의 샛길은 메말라 젖어들지 못합니다.

    그리움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눈물이 흐르는 걸 보면
    내가 그대를 무척 사랑하는가 봅니다.
    우리 함께 즐거웠던 순간들이
    더 생각이 납니다.

    그대가 불쑥 찾아올 것만 같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대가 보고 싶습니다.

    빗방울 하나가 - 강은교

    무엇인가 창문을 두드린다
    놀라서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본다
    빗방울 하나가 서 있다가
    쪼르르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별이든

    비 - 천양희

    쏟아지고 싶은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
    누구에겐가 쏟아지고 싶다.
    퍼붓고 싶다.

    퍼붓고 싶은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
    누군에겐가 퍼붓고 싶다.
    쏟아지고 싶다.

    장대비 내립니다 - 양재건

    꼭두새벽부터 장대비 내립니다
    이렇게 하면 속 시원하냐 하며
    으스대듯 내립니다.

    숨도 제대로 내쉬지 못하는
    강바닥을 위해

    시름의 눈길로 창밖을 내다보는
    환자들을 위해
    너희들 울음 쌓느라 애쓰고 애썼다며
    으스대며 장대비 시원하게 내립니다.

    하나에도 벅차고
    지키기 힘든 사랑도
    장대비 같이 와~하며
    몰려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름은 이래서 좋고
    장대비도 이래서 더욱 좋습니다.

    비 오는 날의 풍경 - 정연복

    비 오는비 오는 날
    거리에는 꽃이 핀다

    알록달록 울긋불긋
    갖가지 모양과 색깔의

    걸어다니는 예쁜 꽃들
    송이송이 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스산한 날씨에도

    꽃들이 피어
    걸어다니는 꽃들이 피어

    세상 풍경이 아름답다
    쓸쓸하지 않다.

    비 온 뒤 아침 햇살 - 유승도

    나뭇잎 씻어줄래
    투명하도록 푸르게 씻어줄래
    푸른빛 타오르게 불태울래
    벌들의 몸에도 붙어 반짝이며 날아갈래
    죽은 나무에도 척 붙어 쓰다듬을래
    바위에도 내려앉을래
    거름더미에도 내려앉을래
    눈부시게 만들래
    노란 꽃처럼
    한 송이 노란 꽃처럼
    세상을 그렇게 만들래

    소나기 같이, 이제는 가랑비 같이 - 서정윤

    소나기같이 내리는 사랑에 빠져
    온몸을 불길에 던졌다
    꿈과 이상조차 화염 회오리에 녹아 없어지고
    나의 생명은 잠시 반짝이다
    사라지는 불꽃이 되어 이글거렸다.

    오래지 않아 불꽃은 사그라지고
    회색빛 흔적만이 바람에 날리는
    그런 차가운 자신이 되어 있었다.
    돌아보면
    누구라도 그 자리에선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순간의 눈빛이 빛나는 것만으로
    사랑의 짧은 행복에 빠져들며
    수많은 내일의 고통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폭풍 지나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자리
    나의 황폐함에 놀란다
    이미 차가워진 자신의 내부에서
    조그마한 온기라도 찾는다
    겨우 이어진 목숨의 따스함이 고맙다

    이제는 그 불길을 맞을 자신이 없다
    소나기보다는 가랑비 같은 사랑
    언제인지도 모르게 흠뻑 젖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반갑다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 잔잔함을 지닌 채
    다가오는 가랑비
    한없이 가슴을 파고드는 그대의
    여린 날갯짓이 눈부시다
    은은한 그 사랑에 젖어있는 미소가
    가랑비에 펼쳐진다

    보슬비 - 김진학

    가기 싫어 울던
    그 땅 위에
    꽃비 내린다

    가면 또 그만인 길
    한 많은 길 위에
    춤추는 살풀이

    그리도 너 좋아하던 비였지만
    비 오지 않는 날은
    하루에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하는
    미안한 내 얼굴에
    피가 흐른다

    이슬비 내리는 날 - 유창섭

    젖고 있었다
    아니 젖는 듯 젖고 있었다

    간간이
    추녀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거꾸로 된 세상이 온통
    떨어지며
    박살이 나고 있었다

    남의 이야기 듣는 듯 내가
    내 가슴의 이야기 들어야 하는
    어느 날의 목마름

    가을비 - 조병화

    무슨 전조처럼 온종일
    가을비가 구슬프게 주룩주룩 내린다

    나뭇잎이 곱게 물들다 시름없이
    떨어져서 축축히 무심코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밟힌다

    순식간에 형편없이 찢어져서
    꼴사납게 거리에 흩어진다

    될 대로 되어라, 하는 듯이

    그렇게도 나뭇가지 끝에서
    가을을 색깔 지어 가던 잎새들도
    땅에 떨어지면, 그뿐
    흔들이 버리고 간 휴지조각 같다

    아, 인간도 그러하려니와
    언젠가는 나의 혼도 그렇게 가을비 속에
    나를 버리고 어디론지 훌쩍 떠나 버리겠지,
    하는 생각에 나를 보니

    나도 어느새, 가을비를 시름없이
    촉촉히 맞고 있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