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9월 시(詩)모음
9월과 뜰 / 오규원
8월이 담장 너머로 다 둘러메고
가지 못한 늦여름이
바글바글 끓고 있는 뜰 한켠
까자귀나무 검은 그림자가
퍽 엎질러져 있다
그곳에
지나가던 새 한 마리
자기 그림자를 묻어버리고
쉬고 있다
9월 / 목필균
태풍이 쓸고 간 산야에
무너지게 신열이 오른다
모래알로 씹히는 바람을 맞으며
쓴 알약 같은 햇살을 삼킨다
그래, 이래야 계절이 바뀌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한 계절이 가는데
온몸 열꽃 피는 몸살기가 없을까
날마다
짧아지는 해 따라
바삭바삭 하루가 말라간다
9월 / 반기룡
오동나무 뻔질나게
포옹하던 매미도 갔다
윙윙거리던 모기도
목청이 낮아졌고
곰팡이 꽃도 흔적이 드물다
어느새 반소매가
긴 팔 셔츠로 둔갑했고
샤워장에도 온수가
그리워지는 때가 되었다
푸른 풀잎이
황톳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메뚜기도 한철이라
뜨겁던 여름 구가하던 보신탕집 문지방도
먼지가 조금씩 쌓인다
플라타너스 그늘이 구멍 뚫린 채
하늘이 푸르디푸르게 보인다
짝짓기에 여념 없는 고추잠자리
바지랑대가 마구 흔들린다
9월 / 이외수
가을이 오면
그대 기다리는 일상을 접어야겠네
간이역 투명한 햇살 속에서
잘디잔 이파리마다 황금빛 몸살을 앓는
탱자나무 울타리
기다림은 사랑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밀려드나니
그대 이름 지우고
종일토록 내 마음 눈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 자락으로나 걸어 두겠네
9월을 기다리는 어느 날에 / 심재천
날짜 가는 소리 따라 시간은 멈출 줄을 모르는 채 똑딱똑딱
어디로 가는지
팽이도는 초칩 겁 없이 추파를 돌리다 꼬물꼬물
정지된 깡다구를 분출하며 움직이다
되묻은 침묵만 그저 돌아 갈곳이 없다
쉴 곳을 찾은 방랑자가 되어 철지난 아쉬움만 붙잡다
정 붙이는 그곳에서 넋나간 장벽 사이를 허물어
시간은 급행열차를 타고 허덕거리는 숨만 참다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 없고 가는 시간을 막을 수도 없고
그저 하늘이 주신 사랑만을 건네다
앞뒤 가리지 않고 다가오는 떨림
철없이 감싸 안은 채 지나가는 수많은 것들을 음미하다
태워도 재가 되지 않고
버려도 그때 그 자리로 슬그머니 돌아와
어쩌면 그게 못다 핀 꽃 위에 머물고 있는 그리움 아닐까
구월을 기다리는 어느 날에 철부지처럼 뛰도는 텃밭에서
생각해 봅니다
9월 / 안재동
징검다리는
흐르는 물살에 잘 버텨야 한다.
자칫 중심을 잃어 제자리를 이탈하거나
급류를 이기지 못해 떠내려가기라도 하면
사람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게 된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9월은
최대한 편하고 좋은 징검다리가 되려 애쓴다.
사람들은 심성 고운 그런 9월을 사랑한다.
길목을 지키는 존재란
으레 긴장되고 분주하게 마련이지만
가을의 길목에 선 9월은
언제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
풍성한 들녘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즐거운 마음을
선선한 공기를 들이켜는 사람들의 싱그러운 호흡을
푸르른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잘 알기 때문이다.
9월의 들녘에선
여름내 살쪄 올라 사람들을 뒤뚱거리게 했던
무료와 권태의 비계덩이들이
예리하게 날 다듬은 낫이며 호미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농부들의 힘찬 손길에
뭉텅뭉텅 떨어져 나가고 있다.
9월이 가기 전에 보내는 연서 / 유영종
그대 가슴에 숨어있는 정
9월이 가기 전 보고 싶어
붉게 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모두 쓸어 갈
바람 같은 사연이지만
당신께 새겨 두고 싶은 한마디
여적 품고 있었던 사랑
나를 벗어주고 싶었고
그대를 덮어주고 싶었던
마음의 잎 새가
해 맑은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라
부서져 내리는 기분을 감싸 주듯
안아 주고 싶었습니다.
잊었던 듯 찾아와
노랗게 다가오는 은행잎
숲길을 걸으며
함께 '시몬'이 되는
여행을 떠나고 싶었습니다.
마루 밑에 울던 귀뚜라미
시월이 오면
방안으로 들어와 노래하듯
그대
내게 찾아들어
새 노래로 울어주리라 기다립니다.
그땐 우리
깊은 겨울을 맞는다 해도
낯선 곳을 향해
떨림의 뿌리가 된다 해도
연리지처럼 부둥켜안고 뻗어 가렵니다.
수채화에 빛인 9월 / 유영훈
해가 진 저녁이나
여명의 새벽
열려진 창을 넘어 가을이 옵니다
한 낮에
공원 베치우에 스켓취북 우엔
검푸른 나무 잎이 여름을 그립니다
가는 여름은 공원에서 졸고
오는 가을은
가없는 드높은 하늘에서 흰 구름이 되여 가벼이 떠돌고
세월
가고 오는 구도가 잡히지 않은 체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인생 또한
별로 내세울 것 없이 삭아
9월의 희미한 수채화가 되여 갑니다
하지만
늦게 들어온 이 마을에서
세상을 위해 멋진 수채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멋진 수채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9월의 생이 가기 전에 / 윤여선
9월의 별꽃이 바람에 실려
마당 가 담장 아래 소녀의 볼살에
포송하게 돋아난 솜털같이
꽃망울 피우는 밤
가슴 울리는 그리움의 기억 속
새하얀 솜빛 같이 스며나는
웃음으로 불러보는
이름
어디였을까
수 없이 부풀어오르는 물음표 들고
잎새의 흔들거림처럼
기웃거리다
향긋한 9월의 별꽃 곱게 눌러쓴
그림자만이 오가는 허름한 빈터
벤치 가 물음표 내려놓고
눈감으니
아! 야릇한 자태로
황홀한 사랑 세차게 부려 놓는 임
구월의 생이 임의 기억
지우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만나
나처럼 나를 사랑하고 있는지
못 견디게 그리운지
묻고 싶다
가을에 전령 9월 / 이세송
하늘 높이 뭉게구름 손잡고
날아오르는 고추잠자리
바람이 불러주는 휘파람 소리에
두리둥실 춤을 추고
해지는 들녘 어스름이
붉게 물든 노을 빛에
아쉬움 가득 담은 8월의 태양은
서서히 긴 그림자 속에 눕는다.
풀숲에 작은 벌레
떠나는 자리에서
슬픈 이별을 노래하며
서서히 찾아드는
가을에 전령 9월은
나의 마음 가득한 곳에
바람 부는 저녁 숲이 되어 간다.
들 꽃잎 시든 자리에 작은 꽃씨
이별에 눈물 흙에 묻으며
기다림의 자리에 길게 눕고
달빛 가득한 자리에
따스한 가을 빛 되어
별빛 포근한 사랑에 품이 되어 준다.
9월의 메아리 / 이용옥
8월의 끝자락에
밀물처럼 흘러간 길고 긴 여름
푸른 들녘에 어깨동무하여
오곡백과들이 무르익어
추수하는 풍족한
인정이 넘치고 넘치면
오고 가는 동네마다
풍년가를 부르네
두둥실 둥근 달이 뜨는
보름에 꽃무늬 띄고
경관을 물들인
연분홍 난풍 잎새에서
흥겹고 너울진
축제가 노을저
메아리 울리네
9월이 오면 / 이향아
옛날에 본 서양 영화 '9월이 오면'이 생각난다.
9월이 오면
등불을 높이 켜단 낯익은 문간
옥빛으로 가라앉은 거울 앞으로
고개 숙여 가만히 돌아오겠노라는
9월이 오면
지난 여름 흐느낌은 묻어버리고
소식처럼 불어오는 소슬한 바람
내 속에서 천천히 일어서겠노라는
그런 내용이었을 거다, 아마.
그 시절 나는 어리고 꿈은 어여뻤었다.
풋나물 분내 번지는 땅끝 어딘가
금단추 별을 따듯 서성이곤 했었다.
9월이 오면,
9월이 오면,
그 후로도 9월은 해마다 와서
아직도 못다 사룬 꿈을 밝히고
분별 없이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9월이 오면 / 이혜우
깊은 밤 하얀 이슬 내려
가을꽃 목축여주고
해가 추분점에 올라
하지처럼 밤낮이 키를 잰다
산그늘 서둘러 내리는
짧은 햇살에 노처녀 고개 숙이고
둥근 가을 달밤에 보람 찾는
인정 깊은 사랑을 꿈꾸게 한다
속 깊은 결실 이루어
풍요는 허리띠 풀어주고
하늘에 흰 구름 높이 떠돌며
산자락에 알록달록 신방 꾸미니
어디선가 불러주는 9월의 노래에
강아지 살찌는 소리 들린다
9월 여정 / 임영준
비울 만큼 비웠으니
욕심 좀 내어도 좋으리
별도 밤도 가까우니
담담히 조우할 수도 있겠지
아무리 매정한 날들도
잠시 묵상에 들지 않을까
향기 고픈 나그네는
그리움을 따라 흐른다
9월이 오면 / 임영준
되돌릴 수 있을까
동구 밖 웅크린 그리움을
뜨거운 열정의 밤은
종적도 없이 사라지는데
내내 시름하던 추억들이
잘 영글어갈 수 있을까
9월이 오면 우리
보다 깊이 스며들 수 있을까
구월 / 임우성
그대 얼굴
한 번 보지도 못한 채
구월이다
이 가을
제대로 약 찬 내 그리움
독하게 매웁겠다.
9월 / 장건섭
九月은
허무의 바다
어머니의
쪽빛 저고리 안에
감춰진 恨
그리움이고,
황혼의 탄식
九月은
슬픈 離別의
임시 정거장.
9월 / 정연복
여름 끝물의 더위와
가을의 신선함
미지근한 온기와
서늘한 냉기가 함께 있어
산에 들에 오곡백과
무르익는 달.
어느새 종반으로 치닫는
올해의 지난날 뒤돌아보며
생활의 결의
새롭게 다지는 달.
9월 첫날의 시 / 정연복
어제까지 일렁이는
초록 물결인 줄만 알았는데
오늘은 누런 잎들이
간간히 눈에 띈다.
쉼 없이 흐르는
세월의 강물 따라
늘 그렇듯 단 하루가
지나갔을 뿐인데.
하룻밤 새 성큼
가을을 데리고 온
9월의 신비한 힘이
문득 느껴진다.
9월이 오면 / 정용철
9월이 오면 잊고 지낸 당신을 찾아
집을 떠날 것입니다
그동안 내가 당신을 잊은 것은
당신을 떠나기 위함이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줄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9월이 오면 당신에게 편지를 쓰겠습니다
편지를 보내고 우체국 계단을
내려올 때 햇살 한 줌이
내 어깨에 내려와 말할 것입니다
"나는 알고 있어, 너의 사랑을"
9월에는 고통도 사랑인 줄 압니다
9월에는 이별도 사랑인 줄 압니다
9월에는 익어 가는 모든 것이
사랑인 줄 압니다
9월이 오면 당신은 그곳에
가만히 계십시오.
내가 들판의 바람처럼 달려가
당신이 흘린 그리움의 눈물을
닦아주겠습니다
9월이 오는 소리 / 정헌영
멀어져 가는 여치 매미 소리
가느란 햇살에 익어 가는 벼이삭
수수밭에 앉은 고추잠자리의 날갯짓
파란 하늘 아래 흔들리는 코스모스
이 모든 정겨운 모습에서 가을빛을 본다
9월이 오는 소리에서 그리움이 녹고
스미는 가을빛에
사랑은 알밤처럼 익어 가는데
살찐 염소가 초원을 헤매며 사랑을 부르면
품속 그리움 꺼내 별빛 외로움을 훔친다
지난여름 된더위 소낙비에 얼룩진 마음에
흰 구름 뭉게뭉게 피어올라 천사 같은
그대를 그리면
내밀한 속 타는 마음 감추고 바라보는 내 마음은
실바람에 실려온 한 잎 이파리로
풀밭을 떠도는 신세 되어
가을빛 노을보다 더 붉은 여린 가슴만 쥐어뜯는다.
9월의 아침 / 조미경
향긋한 커피 한잔을 타서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푸른 산을 바라보며
이른 아침의 고요함을 느껴 본다
푸른 산에서는
산새들 소리 요란하고
하늘에는 흰 구름이 두둥실
땅에서는 가을의 서늘함
달콤한 빵 한 조각에
고운 미소가 흐르고
슬며시 황홀한 기분에
행복한 마음이 된다
9월의 아침은 싱그러움이 넘치고
입가에 맛있는 음악이 흐르고
음악처럼 아름다운 선율에
오늘 하루도 행복하다
9월의 오솔길 / 조용순
미명에 소슬바람이
가슴으로 살포시 스며들어
흔들리는 그림자를 끄집어낸다
더위를 지나온 후줄근한 나태를 일으켜 세워
태초의 신선한 바람이 사색의 오솔길로
손잡고 데려가는 구월 새벽
자작나무 숲을 지나
한층 맑아진 소리로 노래 부르는 계곡 물에
손 담그고 마음도 담가 하늘을 찬양하라 하네
지금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산야를 곱게 물들이기 위한 숨결이
저쪽 산모퉁이서 들려오는 구월의 오솔길로 들어서니
천지 만물의 사랑 노래가 드높여야 할 구원의 빛살 속으로
아름답게 스며들고 있네
9월이 찾아오면 / 채린
9월이 찾아오면
먼 하늘 바라보며
한차례 홍역을 앓겠지
온 세상이 추억으로 잠길 때쯤
높고 아득한 밤하늘에
넋을 빼앗기고 모래톱에 서 있겠지
아직도 끝내지 못한
미완성 이야기 애달파
하얀 모래를 적실지도 몰라
한차례 획 지나가는 밤바람들의
홀로 사랑 아픈 이야기에
집에 돌아올 시간이 늦어지겠지
하늘하늘 잠자리 날개 달면
오작(烏鵲)이 아니라도 영겁의 시간이 지나면
먼 행성에 닿을 날 있으리
9월에 부르는 노래 / 최영희
꽃잎 진 장미넝쿨 아래
빛 바랜 빨간 우체통
누군가의 소식이 그리워진다
망초꽃 여름내 바람에 일던
굽이진 저 길을 돌아가면
그리운 그 사람 있을까
9월이 오기 전 떠난 사람아
지난해 함께 했던
우리들의 잊혀져 가는
그리움의 시간처럼
타오르던 낙엽 타는 냄새가
올 가을 또한 그립지 않은가
가을 오기 전
9월,
9월에 그리운 사람아.
단풍이 물들면 보고 싶어요 / 최한식
그리움이 낙엽처럼 쌓이는
오솔길에서 당신을 못 잊어,
시간이 지나면 잊힐까 하였는대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 오면은,
다시 또 생각나는 당신의 얼굴
언젠가는 잊히겠지 하면서도,
그러다가 다시 또 떠오르는
당신에 얼굴. 이 가을이 지나고,
낙엽이 흩어지면 잊어질려나
그리움만 쌓이는 계절인가보다 .
9월의 느낌 / 최홍윤
철 지난 바닷가
파도의 음률 차갑고,
이별을 준비하던 마음도 쓸쓸하다.
고요한 호수에
반짝이는 물 비늘 물 비늘에 잠수하고 마는
황혼녘에 물고기들,
단지 빈틈없는 나무 숲이
느슨하게 볕을 들이고, 파닥이는 작은 새들에게
따가운 가을을 내준다.
고향언덕에
핏줄의 영혼이 깨어나면
5월에 흐드러지던 밤꽃이 붉은 알밤이 되고
토실한 대추 알 수줍게 익을 거다.
9월은 모두가 제자리를 찾는다
살가운 물소리로 기억을 더듬고
사랑방 옛주인 곤히 주무시는 산자락에는
천지사방에 흩어진 손들이 모여 들고
길 떠나간 외기러기의 안부도 전해 오리라!
그리고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파도의 운률로 가슴이 따끈,
따끈한 詩를 써봐야겠다.
9월의 詩 / 최홍윤
9월은
모두가 제자리를 찾는 달이다
철 지난 바닷가
이별을 노래하는 파도의 음률 쓸쓸하고
물 비늘 반짝이는 황혼녘의 호수
호수에 잠수하고 마는
물고기의 행적도 고즈넉하다
단지,
빈틈없던 나무들 숲에
따가운 볕 느슨하게 들이고
파닥이는 작은 새들의 노래 한결 맑다
교정에 돌아온
그을린 얼굴들도 해맑게
시루 속에 콩나물처럼 성큼 컸다.
돌아 오는 길에
고향 언덕에 잠든 핏줄의 영혼이 깨어나면
산자락에는 시퍼런 밤송이 붉게 웃을 데고
마당가 대추알도 토실하게 수줍어 할 거다
흐르는 살가운 물소리에
가물거리는 내 기억을 더듬고
사랑방 주인들 곤히 잠든 산맥 자락에 가서
공손이 절을 올리고,
그제야,
떠나려는 기러기 떼처럼
안부를 내려놓고
사람 떠나 외로운 파도의 운율 벗을 삼아
어느 한 사람이라도 가슴이
따끈해 지는 시를 써야겠다.
9월의 시 / 함형수
하늘 끝없이 멀어지고 물 한없이 차지고
그 여인 고개 숙이고 수심(愁心)지는 9월
기러기떼 하늘가에 사라지고
가을 잎 빛 없고 그 여인의 새하얀 얼굴 더욱 창백하다
눈물 어리는 9월
9월의 풍경은 애처로운 한 편의 시
그 여인은 나의 가슴에 파묻혀 우다
9월 / 홍수희
소국(小菊)을 안고 집으로 오네
꽃잎마다 숨어 있는 가을,
샛노란 그 입술에 얼굴 묻으면
담쟁이덩굴 옆에 서 계시던 하느님
그분의 옷자락도 보일 듯 하네
9월(九月) / 장건섭
九月은
허무의 바다
어머니의
쪽빛 저고리 안에
감춰진 恨
그리움이고,
황혼의 탄식
九月은
슬픈 離別의
임시 정거장.
9월에 부르는 노래
꽃잎 진 장미넝쿨 아래
빛 바랜 빨간 우체통
누군가의 소식이 그리워진다
망초꽃 여름내 바람에 일던
굽이진 저 길을 돌아가면
그리운 그 사람 있을까
노루목에서 / 김경식
바람이다.
꽃과 구름이다.
산길을 오르며
그대 앞에서
몇 번 생각해도
그대는 바람이었다.
꽃과 구름이었다.
자유이다.
산과 강물이다.
강과 고개
몇 번 넘나들며
아무리 생각해도
그대는 바람이었다.
꽃과 구름이었다.
**
가을의 노래 / 김대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보낸다
"주여!"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한 마리의 벌레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 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사자(死者)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있는 것들도 시간 속에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9월에는 / 이명희
바람의 영혼을 닮은 파도소리에 귀 기울이며
음악처럼 감겨오는 감미로움에
혼을 적시고 싶습니다
속절없이 마냥 부풀어 갔던
지난날의 깊은 번뇌도 바람 위에 얹어 놓고
코스모스 길을 따라 마냥 걷고 싶습니다
능금이 익어가고 풋감의 살이 차오르듯
마음속에서 커가는 생각의 열매
평화롭고 겸손하게 익히고 싶습니다
못다 부른 노래 한 소절 콧노래로 부르며
목화솜 같은 구름을 따라
그리움이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습니다
9월 아낙네 / 모윤숙
세모시 적삼 휘어 말리는
9월은 설레는 아씨의 눈동자
행주치마엔 늦여름 풋콩
제철 내음으로 저녁상이 상그럽다
아가의 몸은 잘 익은 사과
팔에 안겨 엄마를 숨쉰다
코스모스 헤살짓는 물살
고추는 알알이 붉어가고
얼레달 초승 밤을 쳐다보면
언제 한번 다녀온 친정이 아쉽다
먼 주막 길엔 별꽃이 한창인데
아가, 아빠는 어디서 돌아오지 않을까
바느질 그릇에 생각을 담고
거울에 스미는 하늘로 돈다
철없이 기어오르던 그 나무에도
터지는 밤송이가 언덕에 구르겠지
9월이 / 나태주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
머물러 있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대추는 대추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너는
내 가슴 속에 들어와 익는다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서
서서히 물러가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를 떠나야 하고
너는
내 가슴 속을 떠나야 한다
갱년기의 9월 / 강민경
9월 맞는 뼈 끝에
쌓이는 바람의 촉수
내게 수상쩍은 통지서를 내미네요
시리도록 투명한 햇살에
나뭇잎이 스치는 바람처럼
거둬 간직할 수도 없는 흰 구름처럼
나는 내 몸을 송두리째 내주어
지글거리는 신열을 다스린 등줄기에
얼음물 끼얹는 세월 유정함에
높아만 가는 하늘이었네요
세월이 세월을 불러
바람을, 흰 구름을,
누렇게 물든 벼이삭에,
잔가지에 매달려 붉어지는 사과에
갱년기 고개 넘는 법을 가리키며
동동걸음 쳤던 한 호흡 사이는
태양이 여름을 분탕(焚蕩)을 치다 지쳤을 때
혼이 맑아지듯
제가 지워지는 줄도 모르는
숨막히는 절정
제 살점 녹여 키워낸 장성한
아이들 보여 준, 훈훈하고 확확 거리는
확실한 메시지였지요.
9월도 저녁이면 / 강연호
9월도 저녁이면 바람은 이분쉼표로 분다
괄호 속의 숫자놀이처럼
노을도 생각이 많아 오래 머물고
하릴없이 도랑 막고 물장구치던 아이들
집 찾아 돌아가길 기다려 등불은 켜진다
9월도 저녁이면 습자지에 물감 번지듯
푸른 산그늘 골똘히 머금는 마을
빈집의 돌담은 제풀에 귀가 빠지고
지난여름은 어떠했나 살갗의 얼룩 지우며
저무는 일 하나로 남은 사람들은
묵묵히 밥상 물리고 이부자리를 편다
9월도 저녁이면 삶이란 죽음이란
애매한 그리움이란
손바닥에 하나 더 새겨지는 손금 같은 것
지난여름은 어떠했나
9월도 저녁이면 죄다 글썽해진다
9월 / 권오범
봄부터 시도 때도 없이 쥐어짜
너덜너덜해진 구름
하늘이 아무렇게나 널어
솜처럼 보송보송 말려놓은 추석 단대목
새물 내 머금은 바람
조석으로 오스스 내려와
열린 창 핑계삼아 무단 침입해
닭살 돋도록 경망스럽게 살랑거리지요
언제부턴가 귀뚜라미 소리가
이명 처럼 은근히 뇌로 파고들어
이 마음 이간질해대는 것이
가을이 분명한가 보다
뜨락을 무성하게 점령한 채
광신적으로 하늘 우러러 사랑 구걸하는
코스모스 떼 아우성에 질렸는지
대추들도 붉으락푸르락 늙어가고
9월이 오면 / 권정아
조석(朝夕)으로소슬바람 불고
하늘 더 높아
가을햇살 눈부신 9월이 오면
들녘마다
알알이 익어가는 오곡들과
과수원에 풍성한 백과(百菓)들
태풍에 시달리지 아니하고
튼실한 결실 맺도록 기도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봄부터 여름내 고생하신
검은 얼굴 농부(農夫)님들
태양(太陽)같은 미소를 머금고
우리들 식탁이
매일매일 윤택(潤澤)해지도록
전능(全能)하신 주님께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
9월의 가을을 느끼며 / 김영국**
높아만 가는
파란 하늘빛이 어찌나 고운지
새하얀 새털구름이 시샘하듯
우아하게 뽐내듯이 날갯짓을 하고
부끄러운 듯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가녀린 꽃대엔
연분홍 치마저고리 걸치고
수줍은 미소를 보내오는 모습을 보니
가을이 성큼 다가옴을 느낍니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들녘에는
알알이 익어가는 나락
동구 밖 과수원에는
탐스럽게 속을 꽉 채우는 실과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는
농부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흐르고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산들산들 불어오는 가을바람의 연주 속에
빨간 고추잠자리 어여쁘게 춤을 추며
풍요로운 가을을 노래합니다.
9월의 아름다운 고백 / 김용복
9월의 마지막 날
출가한 막내딸이 퇴근길에
외식하자고 연락이다.
수술을 앞둔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는
딸의 효성이 고마웠다.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아내와 함께 식사하며
소주 한 병에 시름을 적셨다.
아내의 손 옆구리에 끼고
공원 길 몸을 부딪치며
마지막 9월을 즐겼다.
왼팔로 껴안은 아내에게
여보! 당신을 사랑하오!
아름다운 고백을 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아내는 지난 세월이
아쉬웠다고 눈물 떨군다.
**
9월에는 / 김정원**
9월에는
붉은 과꽃이 피어 있는
넓은 정원에 앉아
눈부시도록 파란 하늘을
가슴에
가득 담고 싶습니다
이글거리던 태양과
새벽부터 단잠을 깨우던
매미의 울음소리까지도
짧은 여름날의 추억을
하얀 도화지 위에
스케치하고 싶습니다
9월에는
갈바람이 지나는
길목에 서서
일년을 하루같이
그리워하는 당신의 안부를
바람에 묻고 싶습니다.
9월이 오면 / 김향기
웃자라던 기세를 접는 나무며 곡식들,
잎마다 두텁게 살이 찌기 시작하고
맑아진 강물에 비친 그림자도 묵직하다.
풀벌레 노래 소리 낮고 낮게 신호 보내면
목청 높던 매미들도 서둘러 떠나고
들판의 열매들마다 속살 채우기 바쁘다.
하늘이 높아질수록 사람도 생각 깊어져
한줄기 바람결에서 깨달음을 얻을 줄 알고,
스스로 철들어가며 여물어 가는 9월.
**
9월에는 / 김홍성**
9월은 화가처럼 예쁜 그림을
가슴으로 그리고 고운 색깔로
하나하나 채워 가는 마음속에
화가 하나 두고 있습니다
쓸쓸히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사랑의 깊이를 느끼고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맑은
눈물하나 담고싶은 가을 향기
가득하고 풍성한 9월입니다
9월엔 사랑을 하세요
쏟아질듯 그렁그렁한 별빛과
한 여름에 사랑을 속삭이던
풀벌레들의 아름다운 언어들이
9월의 아름다운 시가 될 것입니다
풍성한 오곡 백과가 무르익어 가고
부족했던 마음은 넉넉한 보름달이
그늘진 곳까지 밝혀주며
강강술래 가락에 밝고 동그란
보름달이 자꾸만 차 오릅니다
9월에 드리는 기도 / 도지현
9월엔 기도하나니
갈바람 황량하게 불어도
마음이 가난한 이에게는
봄에 부는 훈풍이게 하소서
가을 들녘의 풍요로움
풍요 속에도 빈곤은 있나니
누구의 마음속에서도
시름과 한숨이 없게 하소서
시리게 푸른 하늘 아래
시나브로 붉어 가는 산야
그 붉음이 많은 이의 가슴에
사랑 꽃으로 피어나게 하소서
여름 내내 괭이질 한 농부의
가슴 골로 여울지는 땀
힘들여 일한 그들에게
풍요를 가득 안겨주게 하소서
삭막에 물드는 계절이지만
바람 속에 낭만이 묻어오니
촉촉하게 젖어드는 가슴 되어
모든 이들이 시인이게 하소서
9월의 당신은 / 도지현
어느새 창가에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나붓하게 내려앉았어요
언제부터인가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
가슴에 알알이 수를 놓아요
소슬한 바람이
시린 가슴에 파고들면
뻥 뚫린 마음 때론 허전해져요
그렇게 푸르던 잎새
점점 갈 빛으로 가고 있어
나를 보는 것 같아 애잔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여물어 가는 계절
9월의 당신은 우리에게 축복입니다
**
구월이 오는 소리 / 류교열**
파란 하늘 하얀 구름
꿈을 꾸듯 날개를 펼치며
세월 가는 소리 여름 가는 소리
가슴을 파고드는 내 님 옷깃 여미는 소리
바람 불어 매미의 열창 저 멀리 흩어지고
코발트 빛 파란 하늘에 사랑이 녹는다
가슴 부풀어 입술에 숨을 불어넣어
그대 영혼에 구구절절 구절초 피워 놓고
가을 햇살을 한 아름 끌어 심장에 걸고
맑은 하늘을 보며 사랑하고 싶다
푸른 초록빛을 머금은 나뭇잎
울긋불긋 고운 옷 갈아입을 채비하고
이꽃 저꽃 옮겨 앉으며 입맞춤하던 나비
서둘러 사랑을 나누고 유영하던 꽃밭에
꽃잎 하나 베고 누워 울음을 터트린다
구월이 오는 소리
빨간 고추잠자리 매혹적인 색깔로
자태를 뽐내며 푸른 창공을 채색하고
파랗게 펼쳐지는 푸른 하늘에 또박또박
내 님에게 사랑의 가을 편지를 쓴다
9월의 이틀 / 류시화
소나무 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 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이 길 끝에 또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모래의 강물들
멀리 손까지 뻗어 나는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손 안에서 부서져
구름이 된다
구름 위에 비를 만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있어 그 잎사귀를 흔들어
비를 내리고 높은 탑 위로 올라가 나는 멀리
돌들을 나르는 강물을 본다
그리고 그 너머 더 먼 곳에도
강이 있어 더욱 많은 돌들을 나르고 그 돌들이
밀려가 내 눈이 가닿지 않는 그 어디에서
한 도시를 이루고 한 나라를 이룬다 해도
소나무 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나의 구월이 있다
구월의 그 이틀이 지난 다음
그 나라에서 날아온 이상한 새들이 내
가슴에 둥지를 튼다고 해도 그 구월의 이틀 다음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빙하시대와
짐승들이 춤추며 밀려온다 해도 나는
소나무 숲이 감춘 그 오솔길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을 본다
9월의 약속 / 박연욱
나의 밤 하늘에는
오염 되지 않은 작은 성(星)이 있다
속세의 번뇌를 건너뛰고 비답이 담긴
항아리 찾으러 매일 밤 빈 성(星)을 맴돈다
맑은 한 영혼의 마중을 준비하면서
기쁜 몸짓으로 한바탕 가을바람이 불었다
무엇인가를 잡으려고 그렇게 애를 써도
공허한 마음의 길 잃은 언어들이 밤안개에
뒤섞여 갈곳 잃고 대지로 안갯비 되어
버들피리 소리를 내며 잠들었다
흙으로 빗은 회복할 수 있는 양심을
하얗게 발자국 뒤로하고 시월을 맞이할 것이다
농익어 가는 이 가을은 모든 것을 주고받으며
명경(明鏡) 개울에 또렷이
기도하는 열정 드러나도록 붉게 풀어놓으리
침묵의 눈빛으로 바라만 보던
희망을 잉태 한 성(星)
9월엔 가슴 시리도록 고요의 시간 준비하리라
멀었던 하루의 끝 혼자 맴돌다
잠드는 섬
흐려졌다 가깝게 흔들리는 질척이던 길
오랜 세월 동안 길 잃지 않은
늘 한결 같은 북극성이 있었다.
9월이 온다 / 박이도
9월이 오면
어딜론가 떠나야 할 심사
중심을 잃고 떨어져갈
적, 황의 낙엽을 찾아
먼 사원의 뒤뜰을 거닐고 싶다
잊어버린 고전 속의 이름들
내 다정한 숨소리를 나누며
오랜 해후를, 9월이여
양감으로 흔들리네
이 수확의 메아리
잎들이 술렁이며 입을 여는가
어젯밤 호숫가에 숨었던 달님
혼사날 기다리는 누님의 얼굴
수면의 파문으로
저 달나라에까지 소문나겠지
부푼 앞가슴은 아무래도
신비에 가려진 이 가을의 숙제
성묘 가는 날
누나야 누나야 세모시 입어라
석류알 타지는 향기 속에
이제 가을이 온다
북악을 넘어
멀고 먼 길 떠나온 행낭 위에
가을꽃 한 송이 하늘 속에 잠기다
**
9월의 시 / 박해옥**
물 드는 감잎처럼 고운 하늘이
서서히 기우는 해거름
한들대며 손 흔드는
강아지풀의 청순함으로
샛노란 달맞이꽃이 피는 언덕
구석구석 숨어서
사랑을 구애하는
풀벌레의 호소음으로
환청으로 들리는 노래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
애오라지
월장성구의 시구를
나의 선생이시여,
이 가을엔
낭낭히 들려 주오소서.
그의 존재가
속울음 삼켜야하는 가장이라서
거짓으로라도 용감해야하는 남자라면
따스한 가슴 같은 언어로
주저앉은 그대의 손을
잡아주고 싶습니다.
한사람을 그리워함이 시려서
갈바람처럼 방황하는
새가슴의 여인에게
한 소절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날개 휘날리며 달려가
연민의 그대가 되고 싶습니다.
한 잎 두 잎
눈물 같은 낙엽이 내리고
또 그렇게
세상의 소망이 여물 때까지
다시 9월 / 나태주
기다리라 오래 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과일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아올랐다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게 되는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 오래 그리고 많이
**
가을햇살 / 오광수**
등 뒤에서 살짝 안는 이
누구신가요?
설레이는 맘으로 뒤돌아 보니
산모퉁이 돌아온
가을 햇살이
아슴 아슴 남아있는 그사람되어
단풍 조막손 내밀며
걷자 합니다
나릿물 떠내려온 잎하나
눈에띄어
살가운 마음으로
살며시 건져 더니
멀리본 늦가을 산이
손안에서 고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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