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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의 여자들 - 나희덕
내 속에는
반만 피가 도는 목련 한 그루와
잎끝이 뾰족뽀족한 오엽송,
잎을 잔뜩 오그린 모란 두어 그루,
꽃을 일찍 피어버려
이제 할릴없이 무성해진 라일락,
이런 여자들 몇이 산다
한 뙈기 땅에 마음을 붙이고부터는
그녀들이 뿌리내려
내 영혼의 발목도 잡아주기를,
어디로도 못 가고
바람 소리도 못 들을 채 살 수 있기를 바랐다
바람의 길은 너무 높거나 너무 낮은 곳에 있었다
어떤 날은 전지가위를 들고
무성해진 가지를 마구 쳐내기도 했다
쳐내면서 내 잎 끝에 내가 찔리고
그런 날 밤에는
내 속의 뿌리들, 그녀들, 몸살을 앓고는 했다
다른 뜰에서 수십 송이 꽃들이
폭죽처럼 터지던 봄날
내 반쪽 옆구리에는 목련 한 송이 간신히 피어났다
오그린 모란잎 사이에 고여 있는
몇 방울 빗물은 쉽게 마르지 않았다
라일락의 이미 흩어진 향기 돌아오지 않았다
바람은 짐짓 모른 체하며 내 곁을 지나갔다
그곳이 멀지 않다/문학동네
나희덕 시 "내 속의 여자들" 감상평
시 "내 속의 여자들" 감상평
나희덕 시인의 "내 속의 여자들"은 깊은 내면에 숨어있는 여러 가지 감정과 욕망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시입니다. 이 시는 내면의 여러 여성 상징들과 함께 시적 표현을 통해 시적 화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과 감상을 유도합니다.
섬세한 자연의 은유
시의 시작부터 나오는 "내 속에는 반만 피가 도는 목련 한 그루와 잎끝이 뾰족뾰족한 오엽송, 잎을 잔뜩 오그린 모란 두어 그루, 꽃을 일찍 피워버려 이제 하릴없이 무성해진 라일락"과 같은 자연의 원소들은 여성의 다양한 면모를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나무와 꽃들은 성장과 피어남을 통해 여성의 성장과 변화를 은유하며, 이는 독자에게 여성의 내면세계와 감정의 흐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내면의 갈등과 욕망의 충돌
"한 뙈기 땅에 마음을 붙이고부터는 그녀들이 뿌리내려 내 영혼의 발목도 잡아주기를"라는 구절은 내면의 여성상들이 심령에 뿌리를 내리고 갈등을 일으키는 모습을 잘 표현합니다. 여러 가지 욕망과 정서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끌리면서 발생하는 갈등과 그로 인한 삶의 고뇌가 시의 내용에 슬그머니 담겨 있습니다.
외부 세계와의 대립
"어디로도 못 가고 바람 소리도 못 들은 채 살 수 있기를 바랐다"는 구절은 내면의 여성상들이 외부 세계와의 대립을 강조합니다. 자유로운 바람과는 다른, 내면으로 도망친 나만의 세계를 바라는 욕망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는 현실과 내면의 세계를 대비시키며, 현실 세계에 갇혀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감정의 상처와 회복
"쳐내면서 내 잎 끝에 내가 찔리고 그런 날 밤에는 내 속의 뿌리들, 그녀들, 몸살을 앓고는 했다"라는 구절은 감정의 상처와 회복을 담고 있습니다. 시인은 여러 상징들을 통해 내면의 갈등과 고뇌를 표현하고 있지만, 동시에 내면의 여성상들이 회복하고 자라날 수 있는 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나희덕 시인의 "내 속의 여자들"은 자연의 은유를 통해 여성의 내면 세계를 표현하고, 갈등과 욕망의 충돌, 외부 세계와의 대립, 감정의 상처와 회복 등을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는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과 감상의 여지를 주며, 내면의 여성성과 관련하여 생각해보게 하는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나희덕 시인 프로필 나이 고향
나희덕 프로필 나이 나희덕(羅喜德) 시인은 출생 연도로 추정되는 1966년 기준으로 현재(2023년) 56~57세입니다. 고향 나희덕 시인의 고향은 대한민국 충청남도 논산입니다. 학력 나희덕 시인은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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